본문바로가기

Media Room

  • HOME
  • Media Room
  • Press Coverage
월간중앙

주요 기업들의 관세전쟁 생존 전략

  • By 학술원
  • |
  • Nov 19,2025, 2:53 PM SG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주요국 대상 상호관세 부과 방안과는 별도로 철강과 알루미늄·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25%의 품목관세를 시행하면서 한국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 등에도 품목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연관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현지 생산 비율 확대 등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내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완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서 121만3223㎡(37만 평) 규모의 반도체 생산 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위치한 신규 생산 단지는 495만8677㎡(150만 평) 크기로, 오스틴의 4배 이상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기업 차별 해소를 이유로 관세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정부의 노선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한국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인 지난 1월 1일 대외 협력과 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등을 총괄하는 그룹싱크탱크 사장으로 성 김 전 주한미국대사를 임명했다. 당선인 시절부터 관세 폭탄을 예고한 트럼프를 염두에 둔 인선이었다.

성 김 사장은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 전문가로,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도맡아 온 인물이다.

현대차그룹은 5월 1일 HMG 워싱턴사무소장에 드루 퍼거슨 전 미 연방하원의원을 선임하기도 했다. 퍼거슨 소장은 공화당 소속의 미국 조지아주 4선 연방하원의원 출신으로,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수출 자동차 대신 미국산 차를 늘려라”는 트럼프의 압박에 최근 현지 생산 목표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기준 연간 70만 대 수준인 미국산 자동차를 두 배 가까이 늘리기로 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서 현대차 앨라배마공장(HMMA)과 기아 조지아공장(KMMG)을 가동 중이다. 3월 26일 조지아주 엘라벨시에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하기도 했다. HMGMA의 연 생산능력은 30만 대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단계적으로 50만 대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HMGMA는 미국 현지에서 현대차그룹의 차량용 핵심 부품 거점 역할도 수행한다.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트랜시스 등 4개 계열사가 HMGMA 부지 안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는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산 차를 늘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현지 생산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사진은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된 아이오닉 9을 작업자가 최종 점검하는 모습.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최태원 회장 지휘 속 컨트롤타워 가동한 SK

SK그룹도 북미 대외 협력 컨트롤타워를 최근 설립했다. 사업 확대와 정책 변화 대응 등의 차원에서 북미지역에 계열사별로 분산돼 있던 대외 협력 조직을 SK아메리카스(SK Americas)로 통합해 지난해 출범시킨 것이다.

북미에서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등 그룹 신성장 사업 영역이 급격히 확대되는 가운데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경제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SK아메리카스는 SK그룹 북미 사업을 총괄하는 유정준 부회장이 이끄는 중이다. 유 부회장은 SK온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SK는 지난해 연말 그룹 정기 인사에서 폴 딜레이니(Paul Delaney)를 부사장으로 임명하며 대미 소통 창구를 강화하기도 했다. 폴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과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지냈다. 현재 SK아메리카스에서 그룹 미주 GR(Government Relations) 총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SK하이닉스도 사업 안착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를 투입해 건설할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 이전 부지 건설 허가를 취득했다. 당초 계획했던 부지를 웨스트라피엣시로 변경하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 일각에서는 사업 지연 우려까지 제기됐지만, 기술과 인력 확보에 한층 유리한 부지를 확정해 현지 사업 확장에 탄력을 받게된 것으로 전해진다.

공장 부지가 확정되면서 SK하이닉스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착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2028년 인디애나 HBM 패키징 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고, 준공까지는 2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새 부지 규모가 더 큰 만큼, HBM 성장에 따라 생산량 확대 등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SK는 특히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서 미국은 물론 일본 등 주요 국가와의 사업 확대 방안 등을 모색해 눈길을 끈다. 최 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rans-Pacific Dialogue) 2025’에 참석해 한·미·일 전·현직 고위 관료와 석학, 싱크탱크 및 재계 인사들과 광범위한 네트워킹을 쌓기도 했다.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올해 4회째를 맞이한 이 행사에서 최 회장은 “오늘날 세계 변화의 핵심이 된 인공지능(AI)과 에너지 분야에 있어 한·미·일 3국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이어 한·미·일 산업 연대를 제안하면서 “제조 AI, 에너지, 조선·해운, 원자력 등에서 힘을 모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미국 측에서는 토드 영 상원의원(인디애나), 댄 설리번 상원의원(알래스카·이상 공화당), 앤디 김 상원의원(뉴저지·민주당),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고위급 인사가 다수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고노 다로 전 외무상, 야마다 시게오 주미대사 등이 함께했다. 이 밖에 저명 정치학자인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 스탠퍼드대 인공지능연구소(HAI) 공동설립자 제임스 렌데이 교수, 에너지 기업 콘티넨털 리소시스 설립자인 해럴드 햄, 엔비디아의 루스 베리 기술정책 책임자, 히타치그룹의 히라이 히로이데 부사장 등도 한·미·일 공조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철강 라이벌과 한배 탄 포스코그룹

미국 정부의 관세 압박 위기를 정면돌파하기 위한 기업 간 합종연횡도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포스코 그룹은 철강과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미국 현지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현대차그룹과 손을 잡기로 했다.

포스코그룹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철강 시장 진출의 새로운 교두보 마련과 함께 모빌리티용 고품질 철강과 2차전지 소재를 공급하는 소재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21일 서울 강남구 현대차 강남대로 사옥에서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사장(미래전략본부장)과 한석원 현대차그룹 부사장(기획조정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철강·2차전지 소재 분야 등 포괄적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식(MOU)’을 가졌다.

두 그룹은 협약에 따라 우선, 철강 분야에서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과 탄소 저감 철강생산 전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에 걸쳐 협력을 추진한다. 포스코그룹은 특히 현대차그룹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지분을 투자하고, 일부 생산 물량을 직접 판매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총 58억 달러가 투자되는 현대차그룹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원료부터 제품까지 일관 공정을 갖춘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다. 고로(高爐) 대비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으로, 연간 270만t 규모의 열연 및 냉연 강판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지난 10여 년간 보호무역 장벽으로 제한됐던 북미 철강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 그룹은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도 손을 맞잡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연간 총 326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전동화 톱티어(Top-tier)리더십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은 해외 염호(鹽湖) 및 광산에 대한 소유권과 지분 투자 등을 통해 리튬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국내외 사업장에서 전기차 배터리용 수산화리튬 및 양·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두 그룹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대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확보 경쟁이 치열한 리튬을 비롯해 배터리의 수명과 충전 성능을 결정하는 음극재 등 2차전지 핵심 소재의 안정적이고 다변화한 공급망 확보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차세대 소재 개발 등 두 그룹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는 형태로 협력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양사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통상 압박과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철강과 2차전지 소재 등 그룹 사업 전반에 걸쳐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8개 공장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

테네시주 클락스빌시와 앨라배마주 헌츠빌시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LG전자도 미국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전사 차원의 시나리오별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LG전자는 우선 생산지 최적화 측면에서 관세 인상 회피가 가능한 멕시코와 미국 공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국가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 기반한 스윙 생산 체제를 활용해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최적의 생산지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통 채널과의 협의로 일정 수준의 판가 인상을 통한 대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는 특히 스윙 생산 관점에서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하는 세탁기와 건조기 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증량한 물량 기준으로 미국향 가전 매출의 10% 후반까지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미국 내 생산 제품 및 시설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통상 정책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존 공급 생산지와 경쟁력 수준을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비교 검토 중”이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미국산 배터리 비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랜싱시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3기’의 건물 등 자산 일체의 소유권 이전을 완료했다고 5월 8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랜싱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내 ‘세 번째 단독 공장’으로 전환됐다. 당초 제너럴모터스(GM)와의 미국 내 세 번째 합작 공장이던 랜싱 공장을 현지 투자 효율화 전략 차원에서 인수한 것이다. 랜싱 공장은 총 부지 면적 약 95만㎡(약 29만 평)로, 2022년 착공 이후 98% 이상 건설이 완료된 상태다. 현재 장비 반입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미시간주 랜싱시에 자리한 ‘얼티엄셀즈 3기’의 소유권 이전을 완료하면서 북미에서만총 8개의 공장을 확보했다.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인수를 통해 현지 투자 효율성을 한층 확대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미 지역 기존 수주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시설 신·증설이 필요한 상황에서 구축이 완료된 공장을 활용함으로써 신규 설비 투자 부담을 완화하고 생산 시기도 앞당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열린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유례없이 높은 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다각적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기존 생산시설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얼티엄셀즈 3기를 인수해 기존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 증설 하기로 한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랜싱 공장 인수는 단순한 생산기지 확보를 넘어 생산시설 효율성 극대화와 북미 생산 역량을 선제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인수를 통해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과 애리조나주 퀸크릭 공장(건설 중) 등 3개 단독 공장과 GM과의 합작 공장인 오하이오주 얼티엄셀즈 1기와 테네시주 얼티엄셀즈 2기, 조지아주 서배너 공장(건설 중, 현대차그룹 합작), 오하이오주 파예트카운티 공장(건설 중, 혼다 합작),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 공장(건설 중, 스탤란티스그룹 합작) 등 북미에서만 총 8개의 공장을 확보하게 됐다.

미국에서 활로 찾는 유통 맞수 롯데·신세계

한편, 롯데그룹과 한화그룹 오너 일가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이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실세로 불리는 트럼프 주니어와 직접 만나 눈길을 끌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미래성장실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얘기다.

이들 오너 일가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초청으로 지난 4월 29일 한국을 찾은 트럼프 주니어를 차례로 면담했다. 정용진 회장은 보안 메신저 등을 통해 트럼프 주니어와 수시로 연락할 정도로 친한 사이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 간 ‘브로맨스(남성 간 친밀하고 깊은 우정)’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정 회장에게 별도의 소통 기회를 만들어 달라는 재계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지난해 12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독대해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중동 순방 중이던 트럼프를 카타르에서 만나기도 했다.

4월 30일 트럼프 주니어와의 면담 장소가 마련된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에는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과 한화 삼형제 외에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그룹 오너들이 일제히 트럼프 주니어와 눈도장을 찍으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미국 사업 현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면담을 주선한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를 앞세워 미국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마트 미국 법인인 PK리테일홀딩스(PKRH)는 ‘브리스톨 팜스’ 등 5개 현지 슈퍼마켓 브랜드를 통해 5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냉동·냉장 가공식품을 제조해 트레이더조, 코스트코, 크로거 등에 납품하는 오리건 공장도 갖췄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022년 미국 100% 자회사 스타필드프라퍼티(Starfield  Properties, lnc)를 통해 캘리포니아주 나파 카운티에 자리한 대규모 와인 생산지 나파 밸리의 ‘셰이퍼 빈야드’와 관련 부동산을 인수했다. 1979년 설립한 셰이퍼 빈야드는 나파 밸리 지역을 중심으로 약 200만㎡(약 60만 평) 규모의 포도원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에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케미칼, 롯데호텔 등이 미국에 진출한 상태다. 롯데는 2022년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1억6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바이오 의약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시러큐스에 추가로 1억 달러를 투자해 구축한 항체·약물 접합체(ADC) 의약품 생산시설도 6월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한국 석유화학기업 최초로 3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서 셰일가스 에탄크래커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시에 자리한 이 공장은 연 100만t 규모의 에틸렌과 70만t의 에틸렌글리콜을 생산한다. 생산량의 60% 이상을전 세계로 수출하는 곳이다.

롯데는 2015년 뉴욕팰리스호텔을 인수하면서 한국 기업 최초로 북미 호텔 서비스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롯데호텔은 롯데뉴욕팰리스를 비롯해 시카고주에 위치한 킴튼 호텔 모나코, 롯데호텔 시애틀, 롯데호텔 괌 등 4곳을 운영하고 있다.

태양광·조선 분야 치고 나가는 한화그룹

한화그룹에서는 한화큐셀이 북미 최대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인 ‘솔라 허브’를 통해 현지 시장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솔라 허브 구축을 위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약 3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달튼시에 위치한 태양광 모듈 공장을 기존 1.7기가와트(GW)에서 5.1GW로 증설하고, 카터스빌 지역에 잉곳·웨이퍼·셀·모듈을 각각 3.3GW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솔라 허브가 가동하기 시작한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화큐셀의 미국 내 모듈 제조 능력은 총 8.4GW다. 이는 북미를 기준으로 실리콘 셀 기반 모듈을 제조하는 기업 중 최대 수준이다. 한화큐셀은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며 주목받고 있는 분산에너지 사업 분야에서도 포석을 깔고 있다. 주택용 태양광 설루션 ‘큐홈(Q.HOME)’ 시리즈와 에너지 관리시스템 ‘커맨드(Q.OMMAND)’를 미국은 물론 유럽으로 공급하며 주택용 에너지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잉여 전력을 관리·판매하는 가상 발전소(VPP)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한화는 한국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진출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약 1억 달러를 들여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면서다.

필리조선소(Hanwha Philly Shipyard)는 현재 공식적으로 군사적 역할이 종료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시 해군기지 부지 안에 위치한 미국을 대표하는 조선소다. 연안 운송용 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하는 것은 물론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2000년 이후 미국 존스법(Jones Act)이 적용되는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한국 기업 최초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시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사진 한화그룹]
한화는 한화오션이 보유한 기술력과 해양 설루션을 바탕으로 북미 시장에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의 친환경 선박 기술과 스마트 생산 시스템을 필리조선소에 접목해 기술적 시너지를 창출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해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한화는 필리조선소를 미국 해군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MRO) 사업의 중요한 거점으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한화에 따르면 미국 해군은 함정 생산 설비 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필리조선소는 이를 해결할 최적의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를 등에 업고 북미 내 해양 방산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매출 다각화와 글로벌 영향력도 동시에 실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주요 자재와 부품의 현지화를 추진해 생산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출처 : 월간중앙(https://www.m-joongang.com)